"사람들은 누구나 날 좋아하지. 귀신 세계에선 가장 낮은 계급이지만
사람 세상에선 제일 알아주는 존재."
돈귀신의 덫에 걸린 뽑기 마니아 찬수의 위험천만한 계약
이 세상 어느 누구라도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른들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아이들은 갖고 싶은 물건을 사기 위해 더 많은 용돈을 받기 원한다. 장래 희망이 의사나 연예인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의 생각 이면에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라는 현실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 가족을 도운 도둑』, 『나를 칭찬합니다』로 많은 사랑을 받은 동화작가 박향희의 새 장편동화 『돈귀신이 나타났다』는 바로 이 돈에 관한 상상력 가득한 이야기이다. 돈귀신의 덫에 걸린 주인공 찬수의 위험천만한 일탈을 통해, 돈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돈 때문에 정말 소중한 것들을 잃고 살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도록 해 준다.
"난 돈 냄새는 기막히게 잘 맡지. 누가 돈을 원하는지, 돈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돈을 버는지 다 알고 있다."
불어나는 이잣돈을 갚기 위해 돈귀신과 거래를 하다
4학년 찬수는 떡볶이 가게를 하느라 날마다 무거운 시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엄마에게 자전거를 선물하려고 뽑기에 도전한다. 친구 재성이가 카드의 왕, 마스터 카드를 대신 뽑아 주면 자기 자전거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단 다섯 개의 캡슐만 남아 있어 당첨 확률이 높아진 마스터 카드의 성공을 자신하며 뽑기에 도전하지만 결과는 꽝. 코앞의 행운을 포기할 수 없어 동네 형에게 삼천 원을 빌려 뽑기에 다시 도전하지만 역시나 꽝.
그렇게 자전거는 날아가고, 며칠 뒤 용돈을 받은 찬수는 빌린 돈을 갚으려고 형 집을 찾아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번번이 만나지 못한다. 그렇게 2주일이 더 지난 뒤, 갑자기 찬수 앞에 나타난 형은 원금과 이자를 합해 무려 만 원을 요구하고,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에 반발하는 찬수에게 빨리 돈을 안 갚으면 엄마 가게에서 몸에 해로운 재료를 쓴다는 소문을 낼 거라고 협박까지 한다.
뒤늦은 후회 속에서 돈을 어떻게 마련할까 고민하는 찬수 앞에 황금 두꺼비 모습을 한 돈귀신이 나타나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말하며 자신과 거래할 것을 제안한다.
귀신 세계에서는 가장 낮은 계급이지만 사람 세상에서는 제일 알아주는 존재라는 돈귀신.
돈귀신은 과연 찬수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돈보다 사람 마음을 얻어야 해. 마음은 한번 멀어지면 되돌리기 어렵거든."
돈보다 귀하고 소중한 것
돈귀신과의 계약 이후 찬수에게는 행운이 쏟아진다. 숙제 면제 쿠폰과 청소 면제 쿠폰은 물론이고 길에서 돈을 줍는 등 그야말로 돈이 술술 벌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며 돈귀신의 능력에 감탄한다. 그리고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영원히 돈귀신의 노예로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벌어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찬수에게 돈귀신은 한 방에 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위험천만한 제안을 하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돈. 하지만 돈만 좇다 보면 블랙홀 같은 그 속에 빨려 들어가 돈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지고 만다.
이 책의 주인공 찬수도 처음에는 고생하는 엄마를 돕기 위해 자전거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뽑기를 했고, 돈을 빌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점점 돈에 빨려 들어가 친구에 대한 배려를 돈으로 계산하고, 엄마를 돕는 일에까지 돈을 요구하는 등 모든 것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에 이른다.
『돈귀신이 나타났다』는 돈귀신의 덫에 걸려 점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찬수의 이야기가 시종일관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돈귀신'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로 어른 못지않게 돈에 관심이 많은 요즘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동화로, 찬수의 행동과 마음의 변화를 따라가며 돈의 두 얼굴을 들여다보고 돈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어딘가에 웅크리고 있을 돈귀신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차례
1. 운명의 뽑기
2. 돈귀신이 나타났다!
3. 돈귀신 효과
4. 이자는 이자를 낳고
5. 영웅이는 진짜 영웅
6. 담판
책 속에서
황금빛 괴물이 느릿느릿 찬수 앞으로 걸어왔다.
"안녕, 찬수야."
깊은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 목소리 같아 웃음이 나오려고 했지만 꾹 참았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 누구냐?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
"난 돈귀신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날 좋아하지. 귀신 세계에선 가장 낮은 계급이지만 사람 세상에선 제일 알아주는 존재."
‘귀신?'
귀신이란 말에 몸이 바짝 움츠러들었다. 찬수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게 바로 귀신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귀신은 좀 다르지 않을까?'
다시 봐도 정말 텔레비전에서 본 귀신들과는 생김새부터 달랐다. 키도 크지 않은 데다가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는 걸 보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_ 39~42쪽
"좋아, 돈 벌게 해 주지. 그럼 넌 나한테 뭘 줄 건데?"
"네가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게!"
찬수가 재빨리 대답했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좋아, 이제부터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뭘 하든 돈이 제일 먼저라는 것, 잊지 마. 돈을 벌려면 남들 사정 따윈 상관하지 말아야 한다. 알았냐?"
찬수가 고개를 아래위로 힘껏 끄덕였다. 돈귀신이 말을 이었다.
"이번 거래가 끝나면 넌 내 부하가 되어 평생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이 세상이 나의 부하들로 꽉 차는 날, 난 세계를 지배하게 되는 거지. 우하하하!"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은지 돈귀신이 크게 웃었다.
‘평생 돈귀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건 엄청 부자가 된다는 뜻 아냐? 그럼 나도 좋지.'
돈귀신의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빨리 돈을 벌어 거머리 같은 철규 형의 돈을 갚고, 죽을 때까지 돈 많은 부자로 살고 싶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평생 돈귀신의 노예로 살아도 행복할 것 같았다. _ 78~79쪽
제목 | 작성자 | 날짜 | |
---|---|---|---|